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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줄거리

수지 시히의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을 이루는 물질의 정체를 밝히기 위해 과학자들이 어떤 발견과 실험을 거쳐 왔는지 살펴보는 과학 교양서입니다. 저자는 실험물리학자로서 원자와 입자의 세계를 탐구해 온 과학의 역사를 열두 가지 중요한 실험을 중심으로 소개합니다.

 

이야기는 1895년 빌헬름 뢴트겐이 X선을 발견한 사건에서 출발합니다. 이후 과학자들은 전자의 발견과 러더퍼드의 금박 실험 등을 통해 더 이상 나눌 수 없는 것으로 여겨졌던 원자에도 내부 구조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냅니다. 또한 빛이 입자처럼 행동할 수 있다는 광전 효과에 관한 연구를 비롯해 기존의 물리학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웠던 현상들을 새로운 이론과 실험으로 설명해 나갑니다.

 

책의 두 번째 부분에서는 원자보다 더 작은 입자의 세계로 탐구 범위가 확장됩니다. 과학자들은 안개상자와 입자 가속기, 사이클로트론 등의 장치를 개발하여 우주에서 날아오는 입자를 관찰하고 원자핵을 분해하며 새로운 입자를 찾아냅니다. 이러한 연구는 물질을 구성하는 기본 요소에 대한 이해를 한층 깊게 만들었습니다. 이후 입자물리학은 쿼크와 중성미자 등 다양한 입자를 연구하는 단계로 발전하고, 과학자들은 물질의 기본 구성 요소와 그 사이에서 작용하는 힘을 설명하는 표준모형을 구축하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거대한 입자 충돌기인 대형 강입자 충돌기(LHC)를 이용한 연구와 힉스 보손의 발견을 소개하며, 현대 입자물리학이 어디까지 발전했는지를 살펴봅니다. 그러나 과학의 발전이 곧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의미하는 것은 아닙니다. 여전히 밝혀지지 않은 수많은 의문이 남아 있으며, 과학자들은 새로운 실험과 기술을 통해 그 답을 찾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이 책은 단순히 과학적 발견과 이론을 나열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우연과 실패, 끈질긴 도전, 과학자들의 협력과 창의성이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는지도 함께 보여줍니다. 또한 입자물리학의 발전이 의료 영상 기술과 방사선 치료, 통신 기술 등 우리의 일상 생활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설명합니다. 결국 『세상 모든 것의 물질』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를 향한 인간의 호기심이 어떻게 세상을 이해하는 방식을 바꾸고, 오늘 날 우리가 누리는 과학 기술의 발전으로 이어졌는지를 보여주는 책입니다.

 

2. 독서 후기

저는 SF 소설을 정말 좋아해서 많이 읽습니다. 그런데 흥미로운 설정이나 개념이 등장해도 물리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하다 보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넘어가는 부분이 많았습니다. 그렇다고 물리학을 처음부터 깊이 공부하기에는 부담스럽고, 일단 전체적인 흐름이라도 알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읽게 된 책이 바로 이 책입니다.

 

이 책은 물리학의 모든 내용을 체계적으로 가르쳐 주는 교과서라기보다는, 인류가 물질의 본질을 알아내기 위해 어떤 발견과 실험을 해왔는지 살펴보는 책에 가깝습니다. 덕분에 물리학이 어떤 과정을 거쳐 발전해 왔는지 대략적으로나마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물론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 정말 많았고, 모든 내용을 완벽하게 이해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이전에는 막연하게만 느껴졌던 물리학의 세계를 조금이나마 들여다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만족스러웠습니다.

 

무엇보다 이 책에서 좋았던 점은 과학 자체만큼이나 과학을 연구하는 인간의 이야기가 중요하게 다뤄진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리학이라고 하면 흔히 복잡한 수식과 어려운 이론부터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책을 읽다 보니 그 뒤에는 세상이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지 알고 싶어 하는 사람들의 호기심과 집념이 있었습니다. 수많은 과학자가 가설을 세우고, 실험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는 과정을 통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지식들이 만들어졌다는 사실이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저는 이 책에서 인류애가 느껴진다는 점이 좋았습니다. 한 사람의 발견이 다른 사람의 연구로 이어지고, 그렇게 쌓인 지식이 또 다른 세대의 과학자들에게 전달되면서 인류 전체의 이해가 확장됩니다. 어떤 발견은 한 개인의 이름으로 기억되지만, 그 발견이 가능하기까지는 수많은 사람의 노력과 축적된 지식이 필요했을 것입니다. 인간은 한계가 있는 존재이지만, 서로의 지식과 노력을 이어받으며 혼자서는 도달할 수 없는 곳까지 나아갑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과학의 아름다움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결국 이 책에서의 물리학은 어떻게 보면 인간에 대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는 세상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는지, 우주는 어떻게 시작되었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작은 세계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끊임없이 궁금해합니다. 그리고 그 답을 찾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 왔습니다. 어쩌면 과학의 역사는 인간이 자신의 한계를 인정하면서도 그 한계를 넘어 보려고 노력한 역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물리학에 대한 기초적인 이해를 얻고 싶어서 읽기 시작했지만, 과학의 발전을 이끌어 온 인간의 열정과 협력까지 발견할 수 있어서 더 좋았던 책이었습니다. 

 

3. 인상깊은 구절

자석은 변화에 엄청 민감했기 때문에 톨러스트럽은 한 번에 한 가지 변수만 변화시키기로 했다.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은 오로지 시행착오뿐이었다.

 

어느 때모다 충돌이 많이 일어나도 충돌로 인한 부스러기를 탐지할 공간 분해능이 커지자 실험 데이터의 양도 점점 많아졌다. (중략) 언제나 앞서가는 CERN은 컴퓨터와 메인프레임을 망으로 연결하여 이메일로 소통하기 시작했지만ㅡ그렇다, 1990년대가 되기도 전에!ㅡ신뢰성 있게 협력하고 데이터에 접속할 방법은 여전히 존재하지 않았다. 이 시점에 CERN에서 계산과학을 연구하던 옥스퍼드 대학교의 물리학과 대학원생 팀 버너스리가 컴퓨터, 네트워크, 하이퍼텍스트의 신기술을 접목해 이 난제를 해결하는 시스템을 제안했다. 그는 아이디어의 개요를 "정보 관리: 제안서"라는 짧은 보고서로 작성했는데, 여기에 CERN의 상사는 "모호하지만 흥미롭다"라는 메모를 끄적였다. 

버너스리가 발명한 것은 월드와이드웹이었다.

 

버너스리는 웹이 번성하려면 자유롭게 내버려두어야 한다는 것을 일찌감치 깨달았다. 그의 말에 따르면, "무엇인가를 보편적 공간으로 내세우는 동시에 통제할 수는 없다." 전 세계 웹사이트가 600개에 불과하던 1993년 4월, CERN은 월드와이드웹 소프트웨어를 이용료나 특허 없이 일반에 공개하기로 결정했다.

 

물리학 발표가 끝나자 독일의 입자물리학자 롤프디터 호이어가 CERN 사무총장 자격으로 단상에 오를 차례가 되었다. 그는 먀ㅕㅊ 마디 운을 떼더니 숨을 깊이 들이마시고는 이렇게 선포했다. "우리가 발견한 것이 있습니다." 환호성이 터져나왔다. 물리학자들은 서로 끌어안으며 축하를 주고받았다. 그들은 여러 나라를 옮겨다녔고 가족을 실향민으로 만들었으며 숨낳은 시간을 묵묵히 일했다. 그러는 내내 찾아낼 것이 있기라도 한 것인지 의심에 시달렸다. 이제 그들이 해냈다. 힉스 보손을 발견한 것이다. 카메라가 여든두 살의 피터 힉스를 비췄다. 그의 뺨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단지 자잘한 빈칸을 메우고 있다거나 물리학의 여정이 거의 완성되어 중요한 것들이 전부 발견되었다고 생각하지는 마시길. 단언컨대 그럴 리 없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는 틈새를 들여다보아야 한다. 표준모형이 믿기 힘든 성공을 거두기는 했어도 우리의 방정식은 중력을 나머지 모든 힘과 조화시키지 못한다. 우리는 우주가 하나인지, 우리가 이른바 "다중우주multiverse"에 살고 있는지 알지 못한다. 중성미자가 질량이 있고 형태를 바꿀 수 있다는 것은 알지만, 왜 그런지는 아무도 모른다. 우리가 왜 반물질이 아니라 물질에 둘러싸여 있는지도 모른다. 우리 우주에 스며 있는 암흑물질의 성질에 대해서도 알지 못한다. 여러 면에서 힉스 보손은 시작에 불과하다. 

 

이 열두 가지 실험을 돌아보면, 우리가 미래의 난제를 맞닥뜨리기 위해서는 협력 이외에도 세 가지 핵심 요소가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은 좋은 질문을 던지는 능력, 호기심의 문화, 끈질기게 매달릴 자유이다. 우리는 옳은 시기에 옳은 맥락에서 옳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관건은 자신의 편견을 제쳐두고서 자신이 틀릴 수도 있다는 여지를 두고서 질문하는 것이다. 어떤 아이디어가 우리가 아무리 잘 맞더라고 자신의 생각을 바꿀 수 있도록 얼개를 짜야 한다.

 

또한 중요한 사실은 자신이 던지는 질문에 모조리 대답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수 세기 동안 답을 찾지 못한 질문도 있다. 그럼에도 좋은 질문은 강한 동기 부여가 된다. 우리가 물질과 힘의 본성을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과정에서 온갖 경이로운 성취를 이루었음에도 우리를 계속 전진하게 하는 것은 답이 아니라 질문이다. 

 

나는 오랫동안의 연구를 통해서 단순한 물리학보다 훨씬 큰 것을 배웠다. 호기심을 따라 미지의 세계에 발을 디디는 법, 좋은 질문을 던지는 법, 나를 막아서는 많은 장벽을 넘어 끈질기게 나아가는 법을 배웠다. 그 교훈들을 우리 학계와 나누고 보니 우리 분야 사람들이 그곳에 나와 함께 있었고 나를 응원하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것은 내가 잃어버린 줄도 몰랐던 것, 소속감이었다.